조금은 엄숙한 분위기로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소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제게 참 나쁜 소설입니다.
매일밤 소년이 찾아 옵니다.
한밤중, 문고리에 걸린 젖은 수건에서 떨어지는 낙수 소리가 발자국 같아서가 아닙니다.
내 숨소리가 메아리처 방문밖의 인기척 처럼 느껴져서가 아닙니다.
구할의 어둠속에서 울렁 거리는 것이 소년의 그림자 같아서가 아닙니다.
고엽제 그리고 방사능 처럼
한번 몸에 새겨지면 절대 없어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그렇습니다.
짐승 처럼 당하면서 입도 뻥끗 못하고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여보고자 스스로 존엄을 짖밟아야 했던 상황때문에 그렇습니다.
매일밤 소년이 가고나면,악몽을 꿉니다.
고통스러웠던 고문 장면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섬뜩하게 유린당했던 시체들이 걸어오는 꿈이 아니라.
텅빈 골목의 가로등 아래에 서있는 꿈입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속삭이며 알싸한 첫키스를 했을법한 그 전봇대가.
내게는 상상하기조차 겁이나 겨우 만들어낸 악몽으로 매일밤 반복됩니다.
죽음을 불사하겠다고 다짐했던 생면부지의 동료들이
하나는 자살.
하나는 정신병원,
하나는 지병으로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꿎꿎히 밥을 밀어 넣는 내 자신을 보는 것이 더욱 악몽이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참 나쁜 책입니다.
어깨를 들썩일 만큼 멋진 음률의 단어들이 가득한데도,
한순간도 쉬이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울고 싶지만
명치에 못이 박히는 것 같은 고통이 전해지지지만,
단순한 소설만이 아님에
눈물 한방울도 내 마음대로 흘릴 수 없는 그런 책입니다.
나는 오늘 이 책을 추천드리지 않겠습니다.
행여나 조그만 빛도 보이지 않는 복도 끝에서 걸어올지 모르는 소년을 보게 될까 두려워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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