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소설 반대다...
언제 부터 삶이 우리에게 이토록 우호적이 였던가... 후회 가득한 삶 속에서 후회의 순간을 다시 겪어 보며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현재의 삶이 가장 아름다웠노라 자각할 수 있게 배려해 줄 정도로 삶이 우리에게 다정다감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금수저로 태어나도 삶은 불만과 후회로 가득한데 하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몇몇 깨어 있는 선지자를 제외하면 고난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속에서 버티고 버티며 조그마한 소소한 행복이라도 찾아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가혹한 이와 같은 삶속에서 이 소설은 뭐랄까 그저 말도 안되는 기대로 쓰여진 전혀 공감 안되는 판타지일 뿐이다.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잔인한 현실속에서도 꿋꿋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혹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단지 이 주인공은 삶에 지쳐 죽음을 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심지어 새 삶도 얻었다. 왜? 라고 너무 물어 보고 싶다. 왜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게 살고 더욱 어려운 상황속에서 최후의 수단을 쓸 기력조차 남지 않아 좌절하는 사람도 있는데 주인공은 뭔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같은 수혜를 받는 것이냐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주인공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긴 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이와 같은 기회를 얻은 사람이 등장하니 말이다. 하지만, 본인의 명이 다하지 않은 모든 인간이 이와 같이 기회를 얻는다고 하면 명이 다하지 않은 사람은 이같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 그리고 후회가 많은 사람만 이같은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후회가 적은 사람들이라고 이같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도 당연히 부당하다. 또는 특정한 상황에서 자살한 사람만 이와 같은 기회를 얻는다면, 이딴 거지같은 룰을 만들어 놓은 소설의 작가에게 욕을 한바가지 해야 할 것이므로 정당하다 보기 어렵다. 또, 고령으로 자연사한 사람은 후회와 불만이 삶속에 가득함에도 이와같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젊어서 삶을 포기한 사람은 이같은 기회를 얻는 다는 것은 대체 누가 만든 기준인가? 노환으로 죽었을 경우도 동일한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소설속에서는 죽었던 나이로 다른 삶을 사는데 노환으로 죽었을 경우 이와 같은 기회가 의미가 있을까? 어떤 선택을 해도 이미 기력은 쇠했을 것인데 다른 선택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힘들어도 버티고 버티며 살아온 사람은 아무리 후회가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을 택하면 대상이 된다??? 이 뭔.... 자살 조장 소설이냐는 거다. 이게 뭔 아름다운 양. 삶의 의미를 주는 양 포장하고 있지만, 젊어서 자살한 사람들만 갖는 그런 특권같은 판타지를 만들어 놓은게 나는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야 그냥 소설이고 판타지를 통해 현재의 삶이 가장 의미 있었다는 메세지를 주려는 것인데 일부분만 보고 꼬아 대는 거냐" 하고 뭐라 할 수 도 있다. 물론 그리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면제 수십알을 삼켜야만 갈 수 있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통해 새 삶과 엄청난 기회들을 얻은 주인공을보며, 혹시나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너무 커서 위와 같은 주장에는 동의를 못하겠다. 적어도 나같은 사람은 이 소설의 좋은 면 보다는 나쁜면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니 말이다.
사실, 그냥 부러워서 꼬장 부려본거다. 나도 주인공 처럼 지나간 삶속에서 다른 결정을 내렸던 삶을 다시 겪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과거의 순간들을 진짜로 겪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현재 삶이 수많은 후회 속에서 이루어진 모래성이 아니라 최선의 결정속에서 차곡차곡 튼튼하게 지어진 철옹성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서 그런거다. 그런 형연할 수없는 거대한 부러움으로 가득차 있는 이 책을 나는 절대 내게 재미있는 혹은 좋은 책이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꼬투리 잡아 아주 나쁜 소설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책이라고 말이다.
쳇.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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