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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외면했던 갈등]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홍한별 옮김)

Book Story

by 멋진형준 2024. 3. 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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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표지
이처럼 사소한 것들 표지

□ 한마디 할까? 말까?

어두운 골목 옆을 지나다 저 멀리 빨간 불빛이 윙윙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들이 중학생 즈음 되는 교복 입은 학생일 때, 망설이게 된다. 질풍노도의 그들을 건드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리고 한마디 한다 하여 그들의 삶이 나아질까? 
이 책은 이 정도의 사소한 부조리(물론 중고생이 흡연을 하는 것은 사소한 부조리는 아니겠지만)가 아닌 수녀원에서의 가혹한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에 대한 것을 다룬다.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요즘처럼 익명성으로 숨을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자기 딸이 그 수녀원의 영향력이 미치는 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 부조리를 수면 위로 끌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주인공 펄롱은 어제와 같은 그리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는 소도시의 평민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고 심지어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절한 어른의 도움으로 운 좋게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살 수 있었던 우연한 '친절'을 생각하며, 그 암묵적인 룰을 깨고 수녀원에서 학대받은 아이를 구하기로 한다. 그렇기에 그의 결정은 더욱 고결하게 느껴지지만, 학대받는 아이를 본 이후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벗어내는 짧은 시간이 지나면 그가 받게 될 사회적 보복이 뻔히 그려지는 상황이라 그저 안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책은 그 잠시동안의 마음의 평안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끝난다. 
소설은 끝났지만, 사실 다음 내용은 대부분 머릿속에 그려진다. 수녀원의 보복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배제, 자신의 딸들의 학교 진학 곤란 그리고 이로 인한 가정 불화 등이다. 더욱 간다면 수녀원과 밀접한 이해 당사자들의 추가 따돌림이나 보복등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와 같이 머릿속에서 금방 그려지는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맡기고 작가는 주인공 펄롱이 사회의 틀을 깨기까지의 심경의 변화를 일상의 사소한 것들 속에서 간결히 보여준다. 오기로 차를 한번 더 마신다거나, 몇 초 정도겠지만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는 등 말이다. 뭔가 매우 새로운 상황도 아니고 우리도 흔히 고민 있으면 혹은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행동이기에 더욱 전적으로 이해가 가는 행동들로 그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다. 

□ 극찬 까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 펄롱의 심리 상태를 길지 않은 글로써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나타내는 것 그리고 글이 잘 읽히지 않거나 너무 장황하지 않고 필요한 내용만 담긴 점은 충분히 책의 장점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출판사(책을 팔아야 하니..) 및 비평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거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전 급의 소설이라고 까지 추켜 세울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출판사 직원도 아니고 그냥 내 돈으로 책을 사서 읽는 일반 독자에 불과하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엄청난 능력 심호한 감동 등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도 약간은 허술해 보이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십, 수백 년 전의 작품이기에 아직까지 생명령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위대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현대의 책이고 현존 작가의 책인데 그렇게 까지 엄청난 수식어로 추앙할 정도의 책인가에는 조금... 의문이 든다.
하지만, 나의 이런 평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핏줄을 세우며 소리 높이지 않을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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