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놓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감수성을 잃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을 즐기던 클라라의 의연한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클라라 같이 자신이 지켜야 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과 다른점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클라라의 헌신적이고 충직한 인생을 보기로 했다.
첫눈에 클라라는 알았다. 이 사람이 나의 평생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매니저는 그러면 안된다고 했지만, 어쩌면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결정을 하면서까지 클라라는 그 친구를 기다렸다. 왜냐하면 클라라는 그 친구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없이 밝아 보이기는 하지만, 왠지 모를 어두움이 있는 조시이기에 클라라는 오히려 그녀에게 자신이 꼭 맞는 AF일 것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클라라 역시 다른 AF과는 다른 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AF들은 아니였지만, 클라라는 오랫동안 태양을 보지 못하는 경우 무력하게 힘이 없어지거나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점을 가진 AF 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가 되길 약속이라도 한 듯 운명처럼 만난 클라라와 조시는 조금의 질곡이 있었지만, 노을이 잘 보이는 2층 집에서 잘지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조금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질곡이 있는 경우 대부분은 서로의 잘못이나 실수로 인해 발생하지만, 클라라는 한번도 조시에게 실수를 한적이 없다. 자신이 AF 인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정말 분간이 되지 않을 경우 보수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신했다. 그래서 조시 가족은 클라라의 개입으로 불편해하거나 위협을 받은 적은 없었다. 단지, 클라라 엄마와 조시와의 갈등과 친구들과의 갈등 그리고 엄마의 비밀스런 계획이 질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조금의 질곡이 있었기는 했지만, 클라라는 항상 클라라가 생각하기에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스스로 정하고 깨우치고 실천해 나간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아주 적절하고 성공적이였다. 물론 과정에서 일부의 비밀이 만들어 졌고, 클라라의 중요한 부품중 일부가 없어지기는 했지만, 희생의 댓가 보다는 희생으로 인한 열매가 훨씬 더 컷다. 기적은 노력하고 희생하는 자에게 오기 마련이고 클라라는 그런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갈등은 잘 해결되었고, 조시는 쑥쑥 자라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클라라는 그 동안 둘도 없는 최고의 조시의 친구였을 것이다. 고민을 들어주고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시는 변했고, 조시의 엄마도 변했다. 아니 당연히 사람이기에 변화 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속에서 올곧게 조시만을 생각하며 조금의 변화 없이 한자리를 지켰던 클라라는 너무 쉽게 버려졌다. 작가가 생각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응당 있었을 꺼라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런 이유가 있었다 할지라도 가족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그런 친구를 단지 조금의 장애가 생겼다고 해서 혹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렇게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끝까지 클라라는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겠지만, 조시를 위한 그 희생 때문에 어쩌면 그 시기가 빨라진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희생을 한 클라라를 아무 의미 없는 물건 처럼 버리는 것은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리고 그런 노력이 결실이 없더라도 차안 그리고 마지막 방안까지 쥐어짜서 함께 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대체할 수 없는 자리를 중요시 하는 것이 오히려 조시와 그 엄마가 해야할 행동이였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활용이 다 할 때 버리는 것은 감정이 충분치 않은 인공지능이나 AI 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인간이라면 필요가 없어졌더라도 추억이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한 친구라면, 다른 어떤 것으로 그 자리를 대체 할 수 없어 그 친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하늘을 보며 회한 없이 웃고 있는 클라라가 조금은 바보처럼 느껴지지기도 했다. 왜 자신에게 만큼은 조금은 이기적일 수 없었을까? 그정도의 이기심은 충분히 받을 만한 친구인데 말이다.
오늘 예쁜 잔에 담긴 독한 술을 안주없이 마시며, 한 순간도 같지 않고 언제나 변함없는 하늘을 보며 웃고 있을 클라라를 생각했다. 오래 숙성해 깊이가 있고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한 맛의 술이였지만, 목넘김과 피니쉬가 왠지모르게 쓰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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