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984 (부제:줄리아를 만난 것은 우연일까?) [조지오웰]

Book Story

by 멋진형준 2023. 8. 6. 12:55

본문

☆ 오! 브라이언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줄리아를 처음 봤을 때도 같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2분 증오'를 위해 텔레 스크린 등을 준비하고 있을 때 줄리아와 함께 나타났다. 줄리아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당의 인원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여성이였다. 나중에 이런 나의 생각이 바뀌기는 했지만, 줄리아의 첫 인상은 내게 좋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와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오브라이언과 함께 줄리아가 사무실로 들어 온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튼 오브라이언은 덩치가 큰 남자였다. 그리고 뭔가 매력이 있는 남자 였다. 여기에서 일한 12년 동안 1년에 한번정도 본 것이 전부지만, 당을 추총하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 묘하게 반감이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순전히 나의 느낌이였고(결국 내 생각은 틀렸지만) 그의 첫인상은 지성이 넘치는 얼굴에 조금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여서 나는 왠지모를 동질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 순간, '2분 증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증오로 온몸이 터져나갈 것 같이 붉게물들어 있던 오브라인을 봤을 때, 나는 최초로 이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온통 골드스틴을 비방하고 증오를 쏟아내야 하는 그 시간에 즉 주변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흥분해 골드스틴을 비방하고 있어야 할 그 순간에 내 눈을 본 것이다. 이건 단순한 시그널이 아니였다. '2분 증오'시간에 흥분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지게 티가 나는 순간일 테니 말이다. 그가 나를 봤다는 것은 그 증오의 시간에 온전히 정신을 빼았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나의 판단은 거의 확신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7년 전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될 겁니다." 라고 어둠속에서 말을 건네던 사람이 그라는 확신이 들었었다. 그때 부터 나는 오브라인을 더이상 동지로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깨달음으로 연결된 인연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그때의 나의 생각은 이루어졌다. 물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이후 주변 사람들이 증발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마다 나는 오브라이언을 생각했다. 나와 같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본인의 생각을 들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가 끝이 될지는 모르겟지만 최대한 늦게 그런 무의식이 발현되어 증발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었다. 일기를 쓸 때도 마찬가지 였다. 내가 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오브라이언과 관계된 것이였고, 열정적으로 일기를 쓰게 된 시발점도 어쩌면 그였던 것이다. 나와 같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에게 고하는 심정이였고 그 실체가 그라고 생각했기에 더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2더하기 2가 4라고 말할 자유를 원하고 있음을 그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가 말했던 어둠이 없는 곳은 2더하기2를 어느 순간에도 4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세계라고 생각했었다. 

아 줄리아, 줄리아와 우리만의 공간에 있을때도 사실 가끔 그를 생각했었다. 당에 맞서 적극적인 반란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나눌때 마다 나는 오브라이언을 생각했다. 그는 뭔가 이런 나의 막연한 생각을 이뤄줄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와 줄리아는 반감을 가지고 당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는 하고 있었지만,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의 감시가 너무 완벽했기에 대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작은 어린아이였다. 그저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아이 말이다. 우리에게는 계획이 없었고, 그저 그 때의 달콤한 일탈을 즐기고 있었을 뿐이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왔다. 그가 내게 말을 걸어준 그 날 말이다. 누가 봐도 눈에 뜨게 내 뒤에서 기척을 냈고, 이어서 별 쓸데 없는 주제를 건네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이것은 내게 말을 걸기위한 단순한 스킬임은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수준이였다. 그는 이상하게도(지금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당당히 텔레스크린 앞에서 주소를 써 줬었다. 아무리 내부당 소속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자기의 주소를 그렇게 글로 써 전달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은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둘 이상이 회합을 갖는 것을 극도로 경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과 골드스틴을 욕하는 것 이외에는 사실 모든 것이 감시의 대상이였고 위험행동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너무나도 당당히 수첩을 꺼내 주소를 써 줬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의심을 했었다면, 나의 사랑부의 일과가 조금은 수월했을까? 그에게 시간을 내어 방문하지 않았다면, 어리석은 상태를 좀더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아니면 감옥에서 그를 만났을때 어리광의 발현으로 남은 최대한의 힘으로 주먹을 날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크게 상관 없다. 오브라이언과 나는 이제 같이 어둠이 없는 곳에 있기때문이다. 그의 말은 이루어졌고, 나는 불완전한 나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 내가 사진을 본적이 있었던가? 엄마와의 기억 마져도 확신하지 못하는 내가 말이다. 그가 들었던 5개의 손가락을 4개라고 우겨대던 어리석은 내가 과연 내 정신의 기억을 증거로 무언가를 증명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였는지 말이다. 이제와서 보면 다 헛된 것이였다... 빅브라더는 자체로 존재하고 내 모든 것을 바쳐 따라야 할 진실임을 깨닫기 전 방황하던 시기였던 것이다. 진실은 바로 지금 내 눈앞 현실에 있으니 마...ㄹ....................................................

 

" 나이는 스물일곱 살쯤 된 것 같고, 어두운 색 머리카락이 풍성하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고 ...(중략)
갑자기 나타난 또 한사람은 오브라이언이라는 남자로, 내부당원이였다." - page 18
"오브라이언은 덩치가 큰 건장한 남자였다. 목도 두툼하고, 거친 얼굴에는 유머와 전혹함이 공존했다. 이렇게 무서운 외모와 달리 그의 태도는 어느정도 매력적이였다. 콧잔등의 안경을 추어올리는 특유의 동닥을 보면 신기하게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 (중략) 그보다는 오브라이언이 정치적으로 당의 정통을 완벽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믿음, 아니 어쩌면 믿음도 아니고 단순한 희망 사항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첬다." -page 19
"순간적으로 그와  오프라이언의 시선이 마주쳤다. 오브라이언은 일어서 있었다. 안경을 벗고 있다가 특유의 동작으로 다시 쓰는 중 이였다. 하지만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때 윈스턴은 깨달았다. 그래, 깨달았다! 오브라이언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 page 24
"오래전, 정확히 언제지? 틀림없이 7년 전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칠흑같이 어두운 방을 걷는 꿈을 꾸었다. 한쪽에 앉은 사람이 지나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될 겁니다." 아주 조용히. 거의 태평하게 들려온 말이였다. (중략) 어쨌듯 그 목소리의 정체를 가려낸 것은 사실이였다. 그때 어둠속에서 그에게 말한 사람은 오브라이언이었다. " -page 31
"왠지 윈스턴은 문득 파슨스 부인을 떠올렸다. 가느다란 머리카락과 얼굴의 주름 속에 끼어 있던 먼지. 앞으로 2년 안에 그 집 아이들이 사상경찰에 그녀를 고발할 것이고, 그녀는 증발당할 것이다. 사임도 증발당할 것이다. 윈스턴도 증발당할 것이다. 오브라이언도 증발 당할 것이다. 반면 파슨스는 결코 증발당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60, 61
"그의 용기가 갑자기 저절로 굳건해지는 것 같았다. 딱히 떠올릴 이유가 없는데도 생각난 오브라이언의 얼굴이 그의 생각속으로 들어왔다. 오브라이언이 그와 같은 편이라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확실할 수 있었다. 그가 쓰는 이 일기는 오브라이언을 위한 것이었다. 오브라이언 앞으로 쓰는 글이였다. 아무도 읽지 않을, 하지만 특정한 사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거기서 특유의 색채를 얻은 길고 긴 편지와 비슷했다." -page 78
"길에 서 있는 걸 알아보았습니다." 주인이 곧바로 말했다. "젊은 아가씨의 기념품이던 앨범을 사간 신사 분이죠. (중략) "특별히 찾는 물건이라도 있습니까? 아니면 그냥 둘러보시려고요?" -page 90
"아내가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았습니다." 주인이 조금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건 아름다운 마호가니 침대입니다. 뭐, 여기있는 벌레들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좀 귀찮은 작업이긴 할 거에요." -page 92
"텔레스크린이 없군요!" 윈스턴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주인이 말했다. "난 그걸 들여놓은 적이 없어요. 너무 비싸니까. 왠지 그게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 -page 92
그래도 다시 와야겠다고 그는 다시 다짐했다. 여기서 아름다운 쓰레기를 더 구입할 것이다. 세인트 글레멘트 데인ㅇ르 그린 판화를 사서 액자와 분리한 뒤 작업복 재킷안에 숨겨 집으로 가져갈 것이다. -page 95
갑자기 그의 심장이 얼음으로 변하고,내장은 물이되었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채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픽션국의 그 여자, 어두운 색 머리카락의 그 여자였다. 점점 어둑해지는 시간이였지만, 그녀를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더니, 그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빠르게 지나쳐갔다. -page 95
"윈스턴은 일기장을 펼쳤다. 거기에 뭔가를 적는 것이 중요했다. 텔레스크린의 여자는 아까와 다른 로내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뾰족뾰족하게 깨진 유리 조각처럼 그의 뇌속에 박히는 것 같았다. 그는 오브라이언을 생각하려고 했다. 이 일기는 그를 위해서, 또는 그를 향해서 쓰는 것이다. " -page 97
"두 사람은 당에 맞서 적극적인 반란을 일으키는 얘기도 가끔 나눴지만, 첫발을 어떻게 떼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황당무계한 형제단이 정말 존재한다고 해도, 거기에 들어갈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윈스턴은 자신과 오브라이언 사이에 묘한 친밀감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가끔 그에게 다가가 자신이 당의 적임을 밝히고 도움을 요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그녀에게 털어 놓았다. 묘하게도 그녀는 이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솔한 짓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page 143, 144
"청사 내의 긴 복도를 걷다가 줄리아가 그의 손에 쪽지를 슬쩍 쥐어주었던 자리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는 자기보다 덩치 큰 누군가가 바로 뒤에서 걷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말을 걸겠다고 미리 알리듯이 작게 기침소리를 냈다. 윈스턴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오브라이언이였다." -page 148
"두 사람은 텔레 스크린 앞에 서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다소 방심한 표정으로 자기 주머니 두곳을 뒤져 가죽으로 제본된 작은 수첩 하나와 황금색 잉크연필을 꺼냈다. 텔레스크린 바로 아래에서, 그러니까 그 기계 안에서 감시하는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그는 자기 주소를 수첩에 갈겨쓴 다음 종이를 찢어 윈스턴에게 건넸다." -page 149
"저질렀다. 결국 저질렀다!
 그들은 부드러운 조명이 켜진 길쭉한 방에 서 있었다. 텔레스크린 소리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수준이었고, 검푸른색 카펫은 호사스러워서 마치 벨벳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의 한쪽 끝에서 초록색 갓을 씌운 램프가 있는 탁자에 오브라이언이 앉아 있었다. " -page 158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오렌지와 레몬, 세인트 클레멘트의 종소리가 말하네'." 오브라이언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숙하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그 연의 가사를 모두 읊었다. -page 168
"그녀보다는 오브라이언을 생각하며 깜박거리는 희망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 - page 208
다시 발소리가 다가왔다. 문이 열리고 오브라이언이 들어왔다. 
윈스턴은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를 보고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조심히애 한다는 생각은 전부 날아가 버렸다.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그는 텔레스크린의 존재를 잊었다. 
"당신도 잡혔군요!" 그가 소리쳤다. "오래전에 잡혔습니다. " 오브라이언이 거의 후회처럼 보이는 부드러운 조소를 띠며 말했다. 그의 뒤에서 길고 검은 곤봉을 든 건장한 경비대원이 나타났다.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다, 윈스턴"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page 217
"심문 내내 그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오브라이언이 바로 그의 옆에 , 시선을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지휘하는 사람이 오브라이언이었다. 윈스턴에게 경비대원들을 붙인 사람도, 그들이 그를 죽이지 못하게 막은 사람도 오브라이언이었다. 윈스턴이 언제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러야 하는지, 언제 휴식해야 하는지, 언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언제 자야 하는지, 언제 그의 팔에 주살르 놓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사람도 오브라이언이었다. " -page 221
오브라이언이 엄지를 감춘채 왼손을 들어올렸다.
"여기 다섯 손가락이 있다. 다섯개가 보이나?"
"네."
정말로 보였다. 그의 마음속 풍경이 바뀌기 전, 순간적으로. 다섯 손가락이 보였다.  -page 23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